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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파도 영어달인 될 수 있어요 다용도실

◆영어가 경쟁력이다 (5) / 토종 고수들의 조언◆

■박정원씨는?

매달 1000여 명이 넘는 수강생을 몰고 다니는 스타 중 스타강사다. 체육대학 출신인 그는 97년 제대 후 정확히 3년 만에 영어강사가 됐다. 그의 영어공부법은 더할 나위 없이 단순했다. 영어 문장암기와 발음교정. 딱 두 가지였다.

-영어 공부법은.

▶맨 처음에 CNN과 영화를 끊임없이 청취하는 훈련을 거쳤다. 그런데 영어가 전혀 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 6개월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다음부터 뉴스를 외웠다. 처음에는 대본을 꼭 봐야 한다. 처음에는 2분짜리 대본 외우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단어와 문법 공부는 별도로 하지 않았나.

▶뉴스건 영화건 중학교 교과과정 내 3000단어를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아는 단어인데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뉴스앵커 발음을 똑같이 흉내내야 한다. 그게 가장 정확하고 깔끔한 원어민 발음이다. 한편 한국 학생은 너무 문법 위주의 딱딱 맞아떨어지는 문장을 원한다. 그러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틀려도 영어는 '입'으로 해야 한다.

-영어 말하기 공부법은.

▶외운 문장과 대사를 정리해서 다시 말해봐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꼭 원어민과 대화해야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친구를 앞에 두든, 거울을 보든, 아니면 벽에 대고 혼자 말을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처음엔 어렵더라도 외우고, 내용을 요약해 적어보고 말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 정말 어렵게 공부해야 나중에 편하다.

■노태학씨는?

영등포구청 공무원으로 지난해 6월 영등포구청 제1회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구청장이 해외 출장 나갈 때면 의전ㆍ통역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 공부 어떻게 하나.

▶의식적으로 영어를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CNN 보기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회사에 남들보다 조금 먼저 출근해서 CNN 등 '오늘의 뉴스'를 제공해 주는 사이트에서 뉴스를 찾아 본다. 이 작업은 10분도 안 걸린다. 영화나 미국 드라마(미드)는 자막 없이 보려고 노력한다. 자막이 없는 영화를 볼 때는 솔직히 조금 어렵다. 그러나 배우의 행동이나 영화에서 들리는 한두 개 단어, 문장들로 이야기를 유추한다. 그러다 보면 차츰차츰 내용이 이해됐다.

-직장생활을 하면 공부하기 어려울텐데.

▶일할 때도 '영어로 하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한다. 쉬는 시간에 몰랐던 문구 등을 찾아본다. 직장 내 동아리도 활용했다. 지난해 8월 '타임지' 동아리를 만들었다. 기사에서 쓰이는 영어는 현재 미국인들이 쓰는 단어기 때문에 실제 영어를 익히는 데 유용하다.

-영어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냥 즐겁게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재미를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영어를 공부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단어 3만3000개를 외우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영어를 써서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임현경씨는?

지난해 8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수석 졸업했다. 초ㆍ중ㆍ고교를 한국에서 다닌 순수 토종이 영어도사들이 즐비한 통역대학원에서 수석을 꿰찬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프리랜서 통역사로 활동 중이다.

-영어를 술술 말하려면.

▶외국 신문기사와 CNN 등 방송 대본(스크립트)을 외워라. CNN 방송을 볼 때도 들리는 표현들을 끊임없이 입으로 '중얼중얼' 따라해야 한다. 전체 문장을 깔끔하게 듣고 내 입에서 나오게 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귀가 뚫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분명 아는데 문장을 들으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어 어순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독해가 안 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들어야 한다. 꼭 집중해서 듣는 게 아니더라도 집에 있을 때 영어방송을 켜놓고 내 귀가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추천할 만한 영어책은.

▶재미로 읽을 책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IT관련 영어원서를 모조리 읽었다. 굳이 공부라는 느낌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IT 분야 전문 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영어 쓰기 공부법은.

▶다이어리에 스케줄을 쓸 때도 영어로 써라. 영자신문 기사를 영어로 요약하는 연습도 추천한다. 단 매일해야 한다.

■양윤모군은?

현재 고양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iBT 토플 106점 등 말하기 영어성적도 상위 1%다. 지난 3년간 해외 경험은 지난해 2주 동안 봉사활동을 위해 네팔에 다녀온 게 전부다.

-듣기 공부를 어떻게 했나.

▶AFKN을 보다 잠들었고,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AFKN 방송을 먼저 틀었다. 뉴스와 토크쇼를 주로 봤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다. 한국말 모르는 외국인이 한국어 TV를 본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도 재미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다. 공부를 위해 본다고 생각하니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어느새 중간 중간 단어가 들렸다. 6개월간 듣기훈련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월 토플 CBT 점수가 200점이었는데, 듣기 실력이 늘면서 9월에 240점을 받았다. 지금은 토플 듣기영역은 문제가 없다.

-회화 실력은 어떻게 키웠나.

▶중2 때 학원 외국인 강사와 대화를 하는데 한마디 말도 못했다. 나 자신이 한심했다. 당시 외국인 강사가 "거울을 보고 연습하라"고 조언해줬다. 매일 자기 전 10분 동안 거울을 보면서 영어로 말했다. 내 입 모양을 유심히 봤다. 외국인 강사와 차이가 났다. 그래서 원어민과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1년간 계속했다. '거울 훈련'은 큰 도움이 됐다. 외고 영어강의반도 효과적이었다. 영어로 대화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친구끼리 '틀려도 좋다'고 생각하니까 많이 도움이 됐다.

■그들이 영어를 확 ~ 깨친 순간

박정원 강사는 뉴스와 영화 문장암기를 시작하고 6~7개월 후에 '감(感)'이 잡혔다고 했다.

박 강사는 "내가 외웠던 표현들이 다른 뉴스에서 그대로 반복될 때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영어공부 시작 후 이런 성취감을 최대한 빨리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영화나 뉴스를 선택할 때 의학ㆍ법학 등 일상생활에 잘 쓰이지 않는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는 주제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대신 가족 이야기, 만화 등 평소에 가장 빈번하게 다뤄지는 내용을 주제로 한 영화를 선택할 것을 권했다.

박 강사는 "한국인들은 외우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영어를 진도 나가듯 차근차근 익혀야 한다고 착각한다"며 "그러나 처음엔 어렵더라도 문장을 외우는 것이 가장 쉽게 영어를 정복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임현경 씨는 학부 때도 외대 영어대학에서 통번역학을 전공했다. 그는 "하루는 교수님이 애플사 성공 스토리에 대한 연설문을 가져와서 통역수업을 했는데, 외국에서 초ㆍ중ㆍ고교를 모두 졸업한 학생들도 전문용어 투성이어서 알아듣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IT에 관심이 높았던 그는 애플의 성공 스토리에 익숙했고 손을 번쩍 들고 통역 발표를 했다.

그는 "그때 해외파든 국내파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고 영어실력이 본격적으로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토종 영어도사들은 한국 영어교육 정책에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국어실력은 필수인데, 너무 영어회화만 강조한다는 것이다.

임씨는 "대학 차원에서도 영어강의를 늘려서 강의 수준이 떨어졌다는데 왜 굳이 중ㆍ고교 과정에 도입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버터 발음'과 '유창함'에 집착하다 보니 전 국민 영어가 주눅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정원 강사는 영어교사들의 한국식 발음 문제를 지적했다. 6개월 해외 연수만으로는 발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박 강사는 "특히 초등학생들은 들은 발음을 그대로 흉내낸다"며 "처음부터 한국식 발음을 배우면 외국인이 알아듣지 못하고 영어가 계속 어렵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모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소운 기자 /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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